Responsive Advertisement

[멕시코] Dance of 41 - 영화로 되살아난 멕시코의 숨겨진 역사

1901년 11월 17일 멕시코시티에서 한 개인 주택에 경찰이 급습합니다. 그리고 41명의 남성들이 체포됩니다. 이 중 19명은 여성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도덕과 예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돈을 지불하고 자유를 찾았고, 그러지 못한 12명은 전쟁이 진행 중이었던 유카탄으로 징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1명이 더 있었고 그는 다름 아닌 대통령의 사위였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사회 상류층에 속해 있었기에 정부는 은폐하려 했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적극적으로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이 사건은 멕시코 언론에서 동성애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한 첫 번째 사례였고, 그 이후 41이란 숫자는 한동안 멕시코에서 금기가 될 정도였습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상상의 이야기를 더해 만든 영화가 바로 'Dance of 41'입니다.

2021년 멕시코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데이빗 파블로스 감독, 주연은 알폰소 에레라(이그나시오 데 라 토레), 에밀리아노 수리타(에바리스토 리바스), 마벨 카데나(아마다 디아즈)가 맡았습니다. 장르는 드라마이며, 러닝타임은 1시간 39분입니다. 2020년 모렐리아 국제 영화제 폐막 이벤트에서 초연되었고,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로, 멕시코의 오스카라 불리는 아리엘 어워드 2021에서 남우주연상, 아트상, 메이크업상, 의상디자인 상을 받았습니다.

격동의 멕시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남자

20세기 초 멕시코, 당시 대통령이었던 디아즈는 헌법을 여러 번 개정해 본인이 연임 및 중임할 수 있도록 하여 사실상 독재정치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자였죠. 또한 원주민을 탄압하고 대지주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원주민과 비지주 농민들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결국 1910년 멕시코 혁명이 일어나 디아즈는 사임 후 프랑스로 망명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그나시오 데 라 토레는 멕시코 대통령의 딸 아마다 디아즈와 혼인을 하게 됩니다. 수많은 상류층 하객들이 보기에는 화려하고 아름답고 축복받는 커플입니다. 하지만 기뻐하는 아마다와 달리 이그나시오는 그리 달가운 심정은 아니었습니다.

그 무렵 이그나시오는 최근에 새로 부임한 에바리스토를 만나게 되고 순식간에 그와 연인이 되어버립니다. 이그나시오는 에바리스토를 특별한 상류층들만이 초대받는 모임에 초대하여 밀회를 즐기는 동시에, 정치적으로도 자신의 세를 넓히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아마다는 대통령의 딸이지만 다른 자매들과 달리 어머니가 멕시코 원주민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은 지 오래된 그녀는 남편에게 의지하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만들어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그나시오는 점점 에바리스토와 만남을 더 자주 갖게 되고, 결국 '대통령의 사위가 바람을 핀다'는 소문을 아마다는 듣게 됩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에바리스토의 존재를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감정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바라보는 다른 재미

이 영화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나레이션이 없습니다. 그저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유추하고 상상하는 소설책과 같은 영화입니다. 사회가 금기시한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그나시오, 에바리스토, 아마다는 제각기 자신만의 원하는 바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힘의 기울기는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기울기는 마치 수직이라도 되려는 듯이 폭주합니다. 그럴 때마다 영화는 캐릭터의 표정을 클로즈업합니다. 그래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감정 연기를 날 것으로 보는 느낌도 듭니다.

이그나시오와 에바리스토의 사랑은 애절하면서 격동적입니다. 이그나시오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비밀 클럽에 함께 들어가면 마치 숨통이라도 트였다는 듯이 자유롭게 웃고 마시며 거리낌없이 사랑을 표현합니다. 함께 사랑하고 함께 일도 하고 함께 정치적인 목적도 나누며 어느새 비밀 클럽은 이그나시오를 중심으로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굴러갑니다. 그들의 달콤한 유희는 어느새 자신들의 사랑이 멕시코에서 불법인지도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그럴수록 시청자로서는 사회가 금기하는 사랑의 끝은 행복하지 않다는 예감을 할 수밖에 없어집니다.

두 남자의 감정선에만 따라간다면 슬프고 애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정치 야욕이 있는 한 동성애자 남성이 권력자의 딸과 결혼하면서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가 됩니다. 만약 이그나시오가 자신의 정치 실력으로만으로 대통령의 측근이 되었다면, 권력자의 딸을 곁에 둘 필요도 없었고 사랑과 일 모두 잡았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 입지를 쉽게 세워 권력을 쥐려고 했다면 아마다에게 억지로라도 충성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는 욕망은 욕망대로 두고, 일은 일대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는 비겁한 캐릭터입니다. 결국 피해를 입은 건 사랑없는 결혼에 매여 가슴에 한을 품게 된 아마다입니다. 그녀의 분노 역시 놓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양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추천

우리나라가 다양함을 많이 받아들여오고 있지만 미국과 달리 '차별금지법'이 정해진 것도 아니며, LGBTQ에 대해 사회적으로 대대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격정의 멜로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영화가 철저히 주인공 중심으로 이기적으로 흘러가니 '불륜'이라는 소재를 혹여나 불편해 하실 분들이라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